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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논의에 빠진 것은
주필부 기자  |  hefzipa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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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3  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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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만리장성 동쪽 끝에는 산해관이라는 요새가 있다. 명 왕조가 북경에 들어선 이후 이곳은 만주 지역의 이민족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어 요충지가 된다. 산해관 동쪽은 바다, 서쪽은 험준한 산악지역이 버티고 있다. 만주 벌판에서 위력을 발휘하던 청의 기마병은 바다나 산악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 1645년 명나라에서 이자성이 이끄는 농민봉기군이 북경을 점령하는 일이 일어난다. 당시 청의 공격이 거셌던 터라 명의 주력군은 대부분 산해관에 있었다. 변변한 병력조차 없었던 북경은 농민군에게 맥없이 함락되고 황제였던 숭정제는 자결한다.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난다. 산해관을 지키고 있던 장수 오삼계는 자신의 애첩이 이자성의 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산해관의 막강한 방어력과 포르투갈에서 수입한 홍이포 앞에서 청의 공격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오삼계는 당시 청의 섭정인 도르곤과 은밀히 접촉하고는 산해관의 문을 열어버린다. 명나라의 강력한 방어무기는 그렇게 힘을 잃게 된다. 그 후 오삼계는 청군과 힘을 합하여 북경으로 향했다. 한 장수의 변절에 명이라는 거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비슷한 무기체계를 가진다고 가정했을 경우, 공격군은 방어군의 3배가 되어야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방어는 공격보다 효율적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는 방어 전술무기 ‘사드’에 대해 전술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깊이 생각할 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고려할 점은 사드가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체계 중에서는 가장 앞선 기술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전략과 전술에 대한 논의는 사라진 느낌이다. 대신 정치적인 관점이나 개인의 호‧불호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다. 특히 탄핵되어 파면당한 대통령이 추진했다는 불쾌감이 이런 논란을 가중시켰다. 국가의 존망이 달린 국방을 논의하는데 주객이 바뀐 느낌이다.

사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지금의 미사일 방어무기인 패트리엇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모두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이 패트리엇의 방어 한계인 40Km 상공에서 요격될 경우 한반도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100Km 이상 상공에서 요격할 방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반도를 향하고 있는 600기 이상의 중국 미사일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는 칼을 막으려고 방패 드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사드의 무리한 배치는 중국의 반발을 일으켜 우리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반발이 경제나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서 결과적으로 북한 내에 중국군이 주둔하는 빌미까지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의 약속이행에 대한 불확실성도 반대의 이유로 꼽는다. 협상 당시에는 사드 배치와 운용에 대한 모든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 정부의 모습을 보면 이 부담금이 언제 우리 쪽으로 넘어올지 모를 일이다.

우리가 사드에 대한 많은 논쟁거리를 대하기 이전에 기억할 것이 있다. 대한민국은 독립적인 주권국가다. 이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킬 국방력은 절실하다. 중국은 공격용 무기를 만들어 실험을 일삼는 북한을 제쳐두고 방어무기를 배치하려는 한국을 비난하고 있다. 그 비난의 정도를 곱씹으면 과연 우리가 주권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변수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지킬 의지이다. 360여 년 전 명나라는 산해관이라는 방어무기를 포기하면서 지도에서 사라졌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주성윤 리딩엠 서초지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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